아직도 닿아 있습니다.
김성재 앨범을 꺼내어 보다가
케이스안 속지를 열어 보았다.
너덜너덜 해진 속지에는
환희의 표정을 짓고 있는 어린 나의 모습도 있었다.
몇개의 가사 속 단어만으로도 가슴속에 그 음악이 .
그당시의 음악이 들려온다.
지금의 나는
며칠전부터 한날만을 기다려 동네 레코드샾에 달려가 포스터까지 꼭꼭 챙겨오던 그 당시의 내가 아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테이프의 덮개를 벗겨내고 가사집을 쳐다보며 몇번이나 돌때까지 오디오 앞을 떠나지 않았던
혹시나 테이프가 늘어날까봐 빨리감기조차 하지 못했던 내가 아니다.
그 후 그들 덕분에 음악에 빠져들 수 있었고,
생각도 할 수 있었고,
이러한 모습의 내가 되었다.
모든것을 따라하고 싶었다.
나의 꿈이 당신들 자체였다.
열어보았던 속지는 다시 케이스에 넣어뒀다.
뒤집어 잘못 끼워넣고 말았지만, 그 사실을 알아차렸음에도 정정하지 않았다.
나에겐 더이상 그들의 음악을 단지 최고로 여기며 환희의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마음이 없다.
그들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나에겐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이제 곧 있으면 11월이다.
11월은 나에게 농구의 달이다.
11월은 나에게 아버지의 생신이 있는 달이다.
11월은 나에게 내가 좋아하는 계절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달이다.
11월은 김성재가 죽은 달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0년동안 11월이 다가오면 언제나 생각이 닿아버리고 만다.
한때는 슬퍼했었고,
한때는 분노했었지만,
이제는 조금 그립기만 하다.
솔직히 다시 돌아올수 있다면 좋겠다.
수많은 것들을 나에게 알려주고서는 죽음마저도 알려줘버린 어린 김솔의 영웅.
지금 나는 그가 죽었을때의 나이보다도 한살이 더 많다.
그렇지만
지금도 김성재를 마주할때 나는 영원히 그가 나의 영웅인 10대 초반의 소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지금 역시 성재형은 나의 영웅이다.
The record of 2005.10.25.